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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차칸남자 박시연-문채원, 극과극의 연기력


12일 KBS 2TV 새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가 첫방송을 탔다. ‘차칸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 강마루(송중기)가 복수를 하기 위해 기억을 잃은 또 다른 여자 서은기(문채원)를 이용하면서 갈등과 사랑이 커지는 큰 줄기를 안고, 정통 멜로드라마를 표방한다. 여기에 ‘꼭지’.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로 잘 알려진 작가 이경희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부풀린다.

그렇다면 드라마 ‘차칸남자’ 1회는 어땠을까. ‘살인사건’이란 극단적인 설정, 빠른 스토리 전개를 바탕으로 긴박함을 살렸고, 주요 캐릭터들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해 흡인력을 높일 수 있었다. 성공하는 드라마의 법칙에 충실했던 1회로 평할 수 있다.


문제는 캐릭터의 매력과 설득력이다. 스토리를 전개함에 있어, 아무리 재미와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가 다분해도, 캐릭터가 매력이나 설득력이 떨어지면 몰입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차칸남자와 같이, 시작부터 ‘사랑하기 때문에’로 접근하고 풀어내기 시작하면, 시청자에게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들이 사랑했던 과정을 알지 못하는 시청자로선 이해보다는 '왜?', '말이 돼?' 라는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차칸남자 1회에서도 이러한 약점이 드러났다. 착하고 똑똑하고 잘 생긴 남자 강마루(송중기)는 한재희(박시연)의 전화 한통에, 아파서 시름시름 앓고 있던 동생 강초코(이유비)를 내버려두고 집을 나선다. ‘사랑하기 때문에’로 설명된다. 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아픈 동생을 두고 나갈 수 있는가. 이 상황은 남자주인공의 호감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유가 있다. 도움이 필요한 여동생 강초코와 사랑하는 여자 한재희를 두고 주인공 강마루에게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현재 그에겐 재희(사랑)가 우선이란 사실을 시청자에게 확실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마루는 재희에게 키스를 하고, 그녀를 대신해 살인죄를 뒤집어쓰면서, 결국 재희를 제외한 모든 걸 포기한다. 주인공 마루의 위기를 극대화시키고, 사랑이 가져온 주인공의 파국을 1회부터 예고한다.

단 1회를 가지고 이보다 더 명확한 모든 사건의 발단,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과 인물간에 관계도를 설명할 순 없다. 덕분에 이러한 전개는 시청자를 이해시키는 측면에선 탁월하지만, 공감을 얻는 데엔 한계를 가진다. 시청자는 단지 ‘사랑하기 때문에’로 설명되는 주인공의 무리수를 1회부터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기 때문에, 아픈 동생도 내팽개치고, 살인죄도 대신 뒤집어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자니까?



앞으로 마루가 모든 걸 버릴 만큼 재희를 사랑했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했던 이유에 대한 설득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는 주인공 마루의 무리수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고,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며, 주인공뿐 아니라 극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차칸남자 1회는 드라마에 개요를 설명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 대신 공감할 수 없는 남자주인공 강마루. 그에게 자신의 살인죄를 떠넘기고는 서은기의 아버지이자 태산그룹 회장 서정규(김영철)의 후처가 되어 첫방부터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여주인공 한재희. 여기서 마루-재희는 그들의 과거가 밝혀지면, 공감과 매력을 복원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문제는 또 다른 여주인공 문채원이다.


문채원의 캐릭터 서은기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서은기를 연기하는 문채원은 부담스럽다. 문채원의 연기에는 너무 힘이 들어간 모양새다. ‘나 화났어요.’, ‘저는 이런 캐릭터에요.’라고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연기가 그만큼 부자연스럽고 부담스럽다. 문채원의 전작인 ‘공주의 남자’와 비교해, ‘차칸남자’ 서은기는 180도 다른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문채원이 연기변신, 확실한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하는 게 느껴지나, 너무 애를 쓰니 오버하는 꼴이 돼버렸다.

문채원은 서은기를 연기함에 있어, 좀 더 힘을 뺄 필요가 있다. 서은기의 캐릭터는 매력적인데 문채원의 연기가 비호감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박시연의 경우, 캐릭터는 비호감인데 연기력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차칸남자에서 강마루를 이용한 한재희는 비호감일 수밖에 없다. 그런 한재희를 박시연은 얄밉고 비호감스럽게 잘 표현하고 있었다.


서은기는 앞으로 호감도가 폭발해야 할 캐릭터이고 여주인공이다. 그렇다면 문채원이 서은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서은기가 부담스럽다면 차라리 문채원을 보여주는 게 나을 정도다. 1회만 놓고 보면, 문채원과 서은기는 따로 논다. 지금처럼 문채원의 연기가 서은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시청에 부담을 주면, 결국 차칸남자는 안 차칸 결과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채원에겐 연기변신보다 캐릭터와의 궁합, 자연스러움이 앞서야 하는 이유다.

차칸남자는 대진운이 좋다. 성공한 전작 ‘각시탈’의 바통을 이어 받은 데다, 동시간대 ‘아랑사또전’이나 ‘아그대’가 내용면에서 경쟁작을 압도할 가능성이 적고 장르도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차칸남자는 시청률 두 자릿수로 산뜻한 시작을 알렸다. 차칸남자의 초반 승부처는 정해졌다. 내용면에선 강마루의 무리수를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는 그의 과거, 성장배경이 될 테고, 배우로는 문채원이 서은기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매력적이게 소화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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