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보안에 목숨 건 이들의 파란만장 이야기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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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17 22:00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연구소 사람들 지음ㅣ김영사ㅣ291쪽 | 1만3000원

안철수씨와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은 그가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인지 안다. 인생의 희로애락은 이미 초탈했다는 듯한 그 표정. 매사에 조심스럽고 정도(正道)를 주장하는 모습은 벤처 사업가가 아니라 수도승 같다.

안씨는 의대 박사 과정 재학 중이던 1988년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을 깨끗이 씻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던 대중들에게 디스켓에 담긴 치료법(V3 컴퓨터 백신)을 공짜로 나눠주면서 컴퓨터 병 고치는 의사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5년 의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돈 한 푼 안 되는 컴퓨터 보안 전문 기업을 만들었으니, 바로 안철수연구소다.

희한하게도 안씨의 곁에 모여들어 10년 이상 함께 일해온 직원들도 그를 닮았다. 한결같이 재미가 없고, 답답한 사람들이다. 너희 기술을 팔면 수백억원을 준다는 제안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초심(初心)을 지키겠다며 컴퓨터 보안 기술 하나에 목숨 걸고 살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파란만장한 지난 15년 역사를 덤덤하게 기술한 이 책 역시 책 속의 인물들처럼 심심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IT 문외한에게는 잘 이해가 안 갈 내용도 더러 있다. 하지만 안철수연구소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얻는 교훈만큼은 그 어떤 드라마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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