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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외교부스타일’ 없다고 싸이? 스타일 구기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세계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섰다. 빌보드 ‘핫 100’에 64위로 처음 진입한 지 불과 일 주일 만에 53단계나 껑충 뛰어 11위에 올랐다. 관계자들은 싸이의 미국내 마케팅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잘 나가는 ‘강남스타일’ 탐내는 외교부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가 2억회를 돌파(19일)하고, 전 세게 20여개 국가에서 아이튠즈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18일 뉴욕포스트는 “싸이가 뉴욕의 한 클럽에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라드 버틀러, 패리스 힐튼과 어울렸다"며 "싸이를 알아본 DJ가 '강남스타일'을 선곡해 클럽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치솟는 싸이의 인기에 편승해 독도를 홍보하겠다고 나섰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7일 “싸이에게 ‘독도스타일’을 만드는 방안을 부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싸이처럼 재미있게 (홍보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싸이를 독도 홍보대사로 위촉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외교부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최근 독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하다 보니 ‘강남스타일’에 까지 생각이 미쳤을 수도 있다.


외교부 발상은 단순, 파괴적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공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싸이가 ‘독도스타일’을 불러준다면 재미있고 유쾌한 방법으로 독도를 홍보할 수 있다는 게 찬성 측의 주장이다.

외교부와 찬성 측의 발상은 단순하고 파괴적이다. 이제 세계무대에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싸이에게 민감한 사안인 독도문제의 전면에 내세운다? 갈 길이 먼 싸이의 발목을 붙잡는 꼴이 될 것이다. 정치외교적인 문제에 휩쓸려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효과도 의문이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독도스타일’로 만든다면 모를까, 전혀 새로운 ‘독도스타일’을 내놓을 경우 지금처럼 인기가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결과와 문제가 생길 텐데

‘독도스타일’이 나온다는 가정하에 득실이나 기회요소 등을 따져보자. 이런 결과와 문제들이 예상된다.

▲싸이 개인적으로는 큰 손실이다.

▲현재의 팬들도 실망할 수 있다. 혜성같이 등장한 한국의 대중가수가 ‘정치적’이라는 꼬리표를 달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싸이의 해외 인기 기반이 아직은 안정적이지 않다.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싸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질 수 있다.

▲싸이가 제작한 동영상이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

▲막 시작한 싸이가 감당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와 대중문화 사이에는 교감의 통로가 없다.

▲싸이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던 스타들도 정치적 문제에 개입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려웠다.

싸이 인기, ‘독도 애국’ 짐 질만큼 강고한 것 아니다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정부에게도 별반 도움이 될 게 없어 보인다. 업적 하나 쌓기 위해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연예인을 볼모 잡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싸이가 현재 인기가 높다해도 ‘애국’ ‘독도’라는 짐을 질만큼 강고한 게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애국을 하고 있다. ‘강남’이 세계적인 지명이 됐고, 한국어로 녹음된 음반이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색인종이라며 멀리했던 이들도 한국 교민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는 현지 소식이 많다.

미국 최고 인기연예인들만 초청한다는 NBC의 ‘투데이쇼’에 출연한 싸이에게 진행자가 “미국에서 이렇게 히트한 것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고 묻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대한민국 만세예요.”


여고생보다도 못한 외교부?

‘싸이스타일’은 싸이 것이고, ‘강남스타일’은 그 곡에 열광하는 수많은 팬들의 것이다. 외교부가 ‘스타일’ 없다고 ‘강남스타일’을 빌어다 쓰려는 건 ‘잡탕’을 만들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그냥 둬라. 싸이는 싸이이고, 외교부는 외교부다. ‘강남스타일’은 ‘강남스타일’이고, 독도는 독도다.

우연히 충남 예산여고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독도는 한국스타일’이라는 동영상을 보게 됐다. 학교 행사의 일환으로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제작했다는 이 동영상이 인터넷 공간에서 꽤 인기다. 게시한 지 일주일 만에 1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