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과 '피에타'는 절대적이지 않다

과정을 인정하지 않고 혹은 무시하고 결과만을 인정하면 딱 대한민국 꼴 난다.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과정을 생략하고 경제 부피만 키운 한국이 지금 온갖 사회적 문제와 마주하고 있는 것을 떠올려보시라.

강남스타일과 피에타의 대박은 과정 없이 탄생하지 않았다. 한류가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것은 꾸준히 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이고, 강남스타일과 피에타 역시 그 과정이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계단을 밟지 않고 날아서 정상에 오른 게 아니란 의미다.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로 먼저 주목받았다. 중독성 있고 코믹하며 섹시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먼저 화제가 되었고, 곧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뮤직비디오가 세계로 퍼져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유튜브다. 여기서 '과정'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유튜브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케이팝 가수들에 대한 관심과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강남스타일을 발견하게 한 것이다. 이는 한국 문화가 일본 문화의 인기를 거쳐서 유럽으로 알려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YG 팬들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단순히 유튜브만으론 무리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유튜브 하나만 근거로 들면 무례한 일일 것이다. 유튜브의 인기를 타고 세계를 향해 뻗어 가려는 (당신이 무시하는)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케이팝이지금처럼세계적 인지도를 갖추지 못했을 것이고, 유튜브로 시작한 케이팝 열풍은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노력으로 이어져 더욱 큰 관심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바로 강남스타일이 밟은 계단이다. 팽팽해진 고무줄에 칼을 대는 것처럼, 누군가 대박 낼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내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에서 싸이가 그 칼날이 되어준 셈이다. 강남스타일의 대박은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뛰어난 음악성'과 '센스 있는 뮤직비디오'라는 두 가지 자체적 요소만으로 이룩한 게 아니다.

김기덕 감독은 인성의 본질과 사회성을 중심으로 영화를 제작한다. 날것 그 자체를 만드는 감독이고, 그 독특한 개성과 영화의 만듦새가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피에타의 성공은 마치 김기덕 감독이 '나홀로' 해낸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성과를 올린 것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만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영화가 경쟁, 비경쟁 부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고, 그 가운데엔 (당신이 우습게 아는) 오락 영화들도 분명히 있었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주로 사회적 시선을 듬뿍 담은 영화에 호의적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영화에 대한 호응은 굉장히 놀라울 수밖에 없다. 피에타가 있기 이전에 이창동 감독의 시가 있었고, 오락영화로선 올드보이가 대단한 상을 타지 않았던가.

한국 영화가 근래 한국의 사회적 문제점들을 치밀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끄집어내며 영화를 만들어낸 점 덕분에 여러 영화제와 심사위원들이 한국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잔혹하고 괴롭지만 그게 현실인 영화. 근 몇 년간 그런 영화가 수없이 많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 꾸준한 '노크'가 맞물려서 피에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전작인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것도 유효했다. 한동안 야인처럼 살았던 그가 제대로 된 장편 영화를 내놓았고, 최근 한국 영화의 추세를 보아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려면 영화 내적인 요소만으론 부족하다. 그 내적인 요소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외적인 요소도 굉장히 중요하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빌미로 다른 케이팝 가수들을 비판하지 말자. 피에타의 성공을 빌미로 다른 영화들을 비판하지 말자.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예로 들며 '이것이 바로 진짜 세계적인 성공이다.' 라면서 다른 케이팝 가수들의 성공을 우습게 본다면 틀렸다. 피에타의 성공을 예로 들며 다른 영화를 무시하거나 피에타를 밀어내고 상영관을 차지한 광해를 무시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피에타의 상영관을 밀어낸 것은 제작사와 극장 업계의 담합이 문제지 광해의 탓이 아니다. 광해 역시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법한 만듦새임을 글쓴이가 보증한다.

성공한 연예문화를 예로 들며 다른 연예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 그걸 마음속으론 깨닫고 있으면서도 계속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연예 문화를 비난하기 위해서 피에타와 강남스타일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뿐이다. 피에타와 강남스타일이 연예문화의 '절대성'은 아닐 터이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맞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세계적으로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났고, 한류의 힘이 더 막강해졌다. 한국 영화에 대한 호응도 늘어났고, 한국 드라마 관련 커뮤니티가 다른 나라에서 계속 생겨나고 있다한다. 아주 긍정적인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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