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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우종완씨를 추억하며



먼저 말씀드릴 것은, 제가 고 우종완씨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그 분과 가까이 지낸 적은 없습니다. 어느 언론 관련 매체에 그 분 인터뷰를 싣기 위해, 일부러 청해서 만났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 매체에 실린 인터뷰를 책으로 엮을 당시 허락을 구하기 위해 한 번 더 연락을 했을 뿐입니다. 동시에 그 분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도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경찰이나 언론, 유족들의 발표나 확인을 저 역시 기다릴 따름입니다.

그런데며칠전, 긴급한 촬영 중에 비보를 듣고 보니, 일에 집중이 되질 않았습니다. 긴 해외 출장을 마치고 새벽녘 귀국하자마자 바로 시작된 촬영이었습니다. 천근만근이었던 몸과 달리, 정신만은 또렷해졌습니다. 정작 제 일보다는 그 분과의 인터뷰 당시가 마치 헛도는 LP판처럼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 분을 만났을 당시 제 느낌은 참 가식이 없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심중에 있는 웬만한 말은 다 뱉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느끼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이 밉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특히 방송가나 패션업계에는 한 분쯤 계셔야 하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 사회 후배인 제가 섣부를 수도 있는 판단을 한 것은 그런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그 분은 패션업계를 떠나서 방송가에서는 그렇게 유명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막 패션 관련 케이블 프로그램을 시작한 당시였습니다. 저는 당시부터 줄곧 그 분이 패션업계와 방송가에서 성장해가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패션업계나 방송가에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자신들의 룰(rule)을 강요할 때 꿋꿋이 버텨줬으면 했습니다. 그런 그의 원칙과 고집을 보는 일은 늘 즐거웠죠.

그 인연을 감안하면 그 분에 관한 소식은 더욱 안타깝고 충격적입니다. 당장 제 일을 매듭짓고 나서도 마음이 영 뒤숭숭합니다. 정작 살아 생전에 그 분과는 한 잔을 못한 저인데, 그 분을 추억하면서 한 잔 해야겠습니다. 그 분처럼 원칙과 고집이 남다른 선배들도 좀 수소문해야겠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이 좋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타협하지 않느라 일부러 1등을 포기하기도 하는 분들 말입니다. 참고로 고인과의 찰나의 만남을 되새김질 하고자, 당시 인터뷰 기사를 따로 붙입니다 http://blog.daum.net/yiyoyong/8932866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방송가의

가짜 같은 진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을 만나다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만 얻으려는 가짜 전문가들

미디어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의사, 변호사에서 디자이너, 역술인까지. 이제 그들의 활동 범위는 보도 기사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넘어섰다. 예능 프로그램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 방송과 전문가는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다. 방송은 전문가들의 존재를 통해 신뢰감을 얻는가 하면 다채로운 색채를 더한다. 반면 전문가는 방송으로 유명세를 얻는다. 공통의 이해관계가 생기다 보니까, 전문가를 동원하려는 방송만큼이나 방송을 타려는 전문가도 많다. 그 탓에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전문가들 가운데는 유명세만 얻으려는 가짜들이 적지 않다. 정치를 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변호사와 사업에 도움을 얻으려는 (한)의사와 디자이너, 그리고 역술가들이 득실거린다.

우종완(43)은 어느 날 갑자기 방송가에 등장했다.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프로그램 토크앤시티의 공동 진행자였다. 얼마 전에는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고정 게스트 자리도 꿰찼다. 처음 그는 방송가의 숱한 가짜 전문가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샀다. 프로그램에서 맡은 역할은 자신의 전공 분야인 패션과 문화에 관한 조언자 역할이었지만, 정작 대중에게 그를 알린 것은 전혀 다른 이유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정재의 친구’, ‘정우성의 지인’, ‘이혜영의 측근’이라는 꼬리표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방송에 등장할 때마다 “어제 정재를 만났는데...”라는 식의 말을 자주 꺼냈다.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것도 모호했다. 그는 자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다. 유명 연예인이나 들먹거리면서 자신을 애매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짜라는 것이 방송가의 속설이다. 우종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우종완씨 말씀하시는 거 다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이정재씨랑 친구라는 것도 그렇고...” 지난 14일 함께 라디오에 출연한 가수 성대현의 말이다.

#본업에 충실하지 않은 전문가집단에 비판적

인터뷰 약속 장소인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 그는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이 레스토랑의 조그만 방에 도착해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말과 눈빛, 그리고 제스츄어는 방송과 딴판이었다. 진지할 뿐만 아니라 잘 정제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재미가 있어야 되고. 또 사람들이 절 잘 모르니까 작가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더군요. 방송일은 제 본래 직업은 아니에요. 공중파 제의도 많았지만, 패션과 관련된 방송이 아니면 자제하고 있습니다. 제 본업에서 멀어질까 봐.” 그는 자신의 본업이 패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라면, 연예인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전문가집단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낯선 직업은 뭘까?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고 홍보나 광고, 이미지 관리를 총괄하는 직업이죠.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해외 명품 브랜드엔 어김없이 유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포진해있습니다. 브랜드 안팎의 여러 사람들과 아이디어들을 끌어 모아 브랜드에 접목시키는 것이 제 일인데. 좀 복잡한 일이죠.” 그는 이미 닉스와 클럽모나코, 쏘베이직 등의 의류 브랜드를 통해 성공 신화를 일군 바 있다. 자신의 창의성과 인맥을 총동원한 결과였다. 경력에 뒤쳐지지 않는 학력도 갖고 있다. 프랑스 에스모드와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했다. 첫인상과 달리 그는 자신을 포장하는 데 서툴다고 할 만큼 솔직했다. “프랑스에서도 졸업은 못 했고요, 수료예요. 어느 학교를 나왔다기보다는 6년간 파리라는 학교를 다녔다고 말할래요. 공부보다는 즐기고 경험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거든요.” 그가 방송에서 패션의 역사와 유행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험 덕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다양한 관심사와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 호기심 많은 성격을 갖고 있다.

#가짜같은 진짜, 이정재 절친 우종완

그의 유명세에 일조한 연예인들과의 친분 관계는 어떨까. “제가 패션을 하니까, 자연스레 그런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거죠. 기업하시는 분들하고 친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사기겠지만, 패션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패션업계 인사들과 친하다는 건 당연한 거죠. 방송 잘하라고 정재랑 혜영이가 요즘 많이 조언해줘요. 이런 말하면 방송국 작가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웃기는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전 거짓말은 안 해요.” 이런 그의 말을 뒷받침할 만한 일도 있었다. 시청자들이 그의 발언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지난해 5월 그는 실제로 이정재를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방송 활동을 시작한 그를 돕겠다고 이정재가 자청해서 나섰던 것이다.

그는 번뜩이는 예능 본능을 갖고 있다. 오랜 경험과 재치 있는 입담, 독특한 에피소드. 요즘 방송가에서 원하지만 기성 연예인들이 갖지 못한 재능이다. 원하기만 한다면 장수 방송인으로 거듭날 절호의 시점에 서 있다. 방송의 유혹을 뿌리쳐가며 패션이라는 본업을 사수할 수 있을까? “새로운 경험을 통해 패션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방송을 하는 거예요. 패션과 대중을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 속에 제 역할이 있을 거구요. 절대 방송이 주가 되고 패션이 부가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가 인터뷰를 마치자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참, 지금 밖에 혜영이가 와있어서요. 이번에 내는 미용 관련 서적에 대해 상의할 게 있다네요.” 그의 뒷모습을 쫓아, 슬며시 방 바깥쪽으로 눈을 돌린다. 탤런트 이혜영이 방쪽을 흘끔거리며 애타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종완은 진짜다. 가짜 같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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